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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개발 잡설

[BA]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이유

김디트 2022. 3. 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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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프로젝트를 켜면서 약간 아련한 기분이 들었는데, 아마도 꽤 오랜시간 이 프로젝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숨쉬듯이 돌보던 프로젝트에 거미줄이 쳐진 꼴을 마음 편히 바라보는 게 쉽지 않은 건, 나도 엄연히 이 프로젝트의 부모이기 때문이겠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했냐고 하면 거기엔 참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뭐,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았다던가, 일부 부분에서 실질적인 재미를 발견할 수 없었다던가. 뭐, 애초에 토이 프로젝트로 주먹구구식 발전을 해온 프로젝트는 구석 구석 그런 구석들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도시처럼 철저히 계획한 도시가 아니면 도로가 꼬이고 여기 저기 자투리 땅에 빌라들이 소복이 쌓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결국 가장 확정적인 문제는 누가 봐도 확연했다. 이 확연한 사실을, 숨쉬듯이 프로젝트를 돌볼 때는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는데, 원래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발에 채이는 것들을 치우다 보면 이게 돌인지 주춧돌인지 분간이 안가는 것일테다.

 

  문제는 바로! 두구두구두구.

 

  끊임없는 버그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곡예같은 자체 스크립트로 다 쓰러져가는 젠가처럼 쌓아올린 이벤트들이 그 중심에 있다. 얼기설기 엮었기 때문에 그 스크립트들에 대한 불신이 매우 깊다. 그러니 어쨌을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도 한번씩, 아니 사실은 몇 번씩 스크립트들을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해야 했다. 테스트에 드는 비용이 그대로 중압감이 되었으니 어쩔 수 있나. 자식같은 프로젝트에 거미줄이 쳐지도록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두 가지 방안을 꼽아보았다.

 

  1. 단위 테스트를 도입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일부에만 적용된 단위 테스트는 오히려 복잡도만 높이는 쓰레기라고. 누가 그랬는지 정말 참 무조건적으로 맞는 말이다. 이 프로젝트에도 그런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그것조차 치울 힘이 없어서 방치하고 있는데 또 다시 단위 테스트에 힘을 쏟아보라는 건... 뭐랄까. 토이 프로젝트가 고문 프로젝트로 변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 억겁의 단위 테스트를 철저히 짜는 것은 지옥같을 것이다.

 

  2. 테스트를 끝의 끝까지 미뤄두고 한 방에 처리한다.

  이것도 참 어려운 일인 것이, 결국 기반이 RPG 게임인 탓에 스크립트를 끊임없이 작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크립트가 단일로 동작하는 것도 아니고 이벤트의 이벤트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 탓에, 테스트를 방치하면 그 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스크립트의 기능들이 아토믹하게 검증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테스트했던 것들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결국 그렇다면 한 방에 테스트를 하는 게 맞긴 한데..

 

  아무튼 오랜만에 돌아본 프로젝트의 거미줄을 걷어내려고 곰곰이 고민하다 보니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일단 지속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2번 방안이 제일 현실적이긴 한데, 이게 제일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차악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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